김경수 구속영장 ‘기각’ ·· 정황만 가득 ‘스모킹건’은 없어
김경수 구속영장 ‘기각’ ·· 정황만 가득 ‘스모킹건’은 없어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8.18 0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혐의 입증 난항, 진술과 파일만 있고 직접 봤다는 물증 없어, 드루킹 사태의 본질 들여다보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애초에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은 확보하지 못 했고 의심 정황만 한 가득이었다. 정황만으로는 혐의가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는 18일 자정을 넘긴 시각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익범 특검(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댓글 조작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은 15일 댓글조작(업무방해)의 공범 혐의로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7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다. 

최득신 특검보가 17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 판사는 3시간반 동안 심사를 진행하고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의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 피의자의 주거와 직업 등을 종합해 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툼의 여지”는 영장전담 판사들이 자주 쓰는 표현으로 구속을 시킬 만큼 혐의 입증이 안 됐다는 뜻이다. 형사소송법 70조에 따라 유력 정치인에게 주로 적용되는 증거인멸의 우려도 인정되지 않았다. 

경기도 의왕에 소재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김 지사는 영장 기각 후 귀가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경수 지사가 18일 새벽 1시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핵심 쟁점은 2016년 11월9일 드루킹 김동원씨의 파주 느룹나무 출판사(속칭 산채)에서 진행된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 시연회를 김 지사가 봤는지 여부였다. 특검은 김씨의 옥중편지와 측근(서유기 박씨·둘리 우씨·트렐로 강씨·초뽀 김씨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김 지사가 그날 현장에서 댓글조작 시연회를 봤다고 의심했다. 공범들은 김 지사가 시연회를 봤을 때 보인 표정과 손짓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특검은 여기에 더해 이날 작성된 <20161109 온라인정보보고>라는 MS(마이크로소프트) 워드 파일을 주요 증거로 제시했다. 

파일에는 경인선(경제도사람이먼저다/김씨의 조직)과 킹크랩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었는데 김 지사는 그날 선플 운동을 하는 경인선에 대한 설명만 들었지 킹크랩에 대한 것은 전혀 보지도 듣지도 못 했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경인선 부분만 봤다는 김 지사의 진술을 믿지 않고 다 봤을 것이라고 추궁했지만 그걸 입증할 것은 오직 진술과 정황 뿐이다. 산채 내부 강연장에 CCTV가 있고 거기에 김 지사가 킹크랩 화면과 함께 지켜보고 있는 영상이 있다면 그야말로 스모킹건이 되지만 그런 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특검은 지난 9일 김씨와 김 지사를 마주하게 하고 대질 심문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드루킹 김동원씨와 김 지사는 서로 마주보고 대질 심문에 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드루킹 김동원씨와 김 지사는 서로 마주보고 대질 심문에 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특검은 ‘문자 메시지·텔레그램(메신저)·시그널(보안 메신저)’ 등으로 대화나눈 것을 확보해서 살펴봐도 댓글조작과 관련 김씨가 보낸 메시지가 있고 이에 대해 김 지사가 답장을 한 직접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가 김 지사와 전화통화를 자주 했든 만났든 대선 후보 공약에 대해 자문을 해줬든, 김 지사가 댓글조작 사실을 알았다는 명제가 입증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김 지사도 공범이라는 김씨 측과, 댓글조작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 했다는 김 지사의 진실공방. 특검은 김씨 측이 제공한 여러 자료들과 그들의 주장에 의지해 수사를 벌였고 여러 정황들을 확보했지만 혐의 입증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드루킹 사태의 본질은? 

김씨 조직은 2016년 1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포털 사이트 네이버 뉴스의 118만건 댓글에 공감수를 조작했다.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댓글의 공감 버튼을 프로그램으로 조작해 상위에 노출되도록 한 것이다. 무려 8000만회의 공감·비공감 버튼 조작을 저질렀다. 

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가짜뉴스법률대책단은 올 초 특정 기사의 댓글들 중에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하는 댓글의 공감수가 조작됐다는 정황을 발견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 김씨의 댓글조작 행태가 발각됐다. 김씨는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의 공감수도 조작했던 것이다. 

가짜뉴스법률대책단장을 맡은 조용익 변호사가 1월31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고, 최민희 전 의원도 맨뒤에서 지켜보면서 추가 답변을 하고 있다. 최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고 이번 가짜뉴스 대응 조치를 총괄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출처 : 중앙뉴스(http://www.ejanews.co.kr)
가짜뉴스법률대책단장을 맡은 조용익 변호사가 1월31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고, 최민희 전 의원도 맨뒤에서 지켜보면서 추가 답변을 하고 있다. 최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의 댓글조작 고발을 통해 드루킹 사태가 촉발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씨 조직은 지난 대선 정국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비공식적으로 온라인 선거운동을 했다. 김 지사는 온라인 여론파워가 있는 김씨로부터 선거운동의 상황과 관련해서 보고를 받고 상의도 했다. 김씨 조직은 분명 불법적인 댓글조작 작업도 병행하고 있었지만 이 점에 대해 김 지사에게 알렸고 그렇게 공범 관계가 형성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도움을 준 김씨의 인사 청탁(일본 오사카 총영사에 도모 변호사 추천)이 성사되지 않아서였는지 무슨 이유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김 지사와 김씨의 관계가 악화됐다는 점이다. 그렇게 사이가 틀어지고 올 초 김씨는 문재인 정부를 온라인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김씨는 파워블로거인데다 조직도 있었다. 그렇게 영향력을 키워온데는 유명 정치인과의 친분을 과시한 측면이 컸다. 단순히 친분 과시의 수준을 넘어 자신이 정치인과 정당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통해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했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 줄을 대려고 시도하거나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비극처럼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는 방식으로 올가미를 쳐놓기도 했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김씨는 김 지사를 통해 문재인 캠프에 도움을 주고 뭔가 얻어내려는 브로커 행세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김씨가 댓글조작 프로그램으로 여론 조작을 감행한 뒤 김 지사와 접촉했는지 접촉한 이후 하게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김씨가 김 지사에게 온라인상의 여론 파급력을 과시해 환심을 사고 ‘긴밀한 관계’(공약 자문까지 할 정도로)를 구축한 뒤 자신의 범죄 행위가 발각되자 그 관계를 근거로 물귀신 작전을 했을 수도 있다. 

영장이 기각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김 지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당초 특검이 출범함 이유는 김씨 조직의 댓글조작 범죄에 김 지사가 연루됐다는 언론(주로 TV조선과 동아일보 등)과 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의 강한 의혹제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당연히 정치 브로커의 피해자라는 점을 부각했고, 반대로 야당은 그 관계에 집중해 공범임을 강하게 주장했다. 

여기에도 정치적 진영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한겨레의 보도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시절부터 당 조직 차원의 댓글조작 프로그램이 가동됐다는 정황이 알려졌지만, 한국당은 드루킹 특검을 요구할 때만 온라인상의 민주주의 왜곡을 강하게 문제삼았고 자신들의 과거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했다.

TV조선이 4월14일 김 지사의 연루 의혹을 최초로 보도했을 때와 현재까지 김 지사의 해명 발언은 수 차례 번복됐다. 처음에는 김 지사와 김씨의 관계가 단순히 의례적인 인사를 표하는 메시지만 보내는 수준이라고 규정했었다가 갈수록 언론 보도를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다. 기사 리스트를 보내 홍보를 먼저 요청했고, 만났고, 전화도 했고, 공약 자문까지 구하는 관계였다. 

이에 대한 김 지사 또는 엄호에 열중했던 민주당의 사과 표명은 전혀 없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유기 박씨는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관련 핵심 증언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런 지점도 있다. 

수괴인 김씨를 비롯 공범들(서유기 박씨·둘리 우씨·트렐로 강씨·초뽀 김씨 등)은 구속 상태이고 특검은 서유기를 비롯 여러 공범들의 진술이 일관되게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동석을 향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말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한데 어떻게 불일치하지 않는 일관된 증언을 여러 명이 할 수 있는건지. 즉 스모킹건은 없지만 진짜 김 지사가 시연회에 참석했고 그걸 본 공범들이 일치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영장이 기각됨으로 인해 특검의 수장인 허익범 변호사는 두 달 간 수사 성과를 못 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물론 대질 심문에서 김씨의 진술이, 자신이 옥중편지로 주장했던 기존 내용과 달랐다. 후자에서는 여러 공범들이 김 지사의 시연회 참석을 봤다고 주장했지만 전자에서는 김 지사와 독대해서 보여줬다고 말을 바꿨다.

특검이 김씨와 공범들의 진술을 통해 만든 정황의 오류를 알고서도 영장을 청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특검은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사실상 빈손 특검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수사 기간 만료일이 8월25일인데 법원이 혐의 입증이 안 됐다고 판단을 내린 만큼 아무리 야당이 기간 연장을 종용해도 정당성이 없게 됐다. 1주일 안에 스모킹건을 확보해 영장을 재청구 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럼에도 특검은 의심을 지우지 않고 있으므로 김 지사를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