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마지막으로 ‘제대로 일했지만’
20대 국회 마지막으로 ‘제대로 일했지만’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4.30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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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N번방 입법
태호유찬이법과 해인이법
KT 특혜법 결국 통과
구하라법은 아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30일 자정이 넘은 시각 코로나19로 인한 2차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고 그 이전에 텔레그램 N번방 추가 법률, 태호유찬이법과 해인이법 등이 통과됐다. 20대 국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완수하고, 역사상 최초로 연동형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통과시켰지만 맨날 최악의 국회라고 욕을 먹었다. 그럼에도 임기 한 달 남은 시점에서 마지막 입법 과제를 완수한 셈이다. 

다만 특정 대기업에 인터넷은행을 안겨주는 KT 특혜법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또한 故 구하라씨의 모친이 양육의 의무를 하지 않은채 유산만 노리는 행태 때문에 국회 청원으로 제기된 구하라법은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 했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본회의에서 KT 특혜법 표결 직전 모니터를 촬영한 모습. (사진=채이배 의원 페이스북)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을 맡고 있는 서지현 검사는 29일 N번방 관련 입법이 통과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까지 법은 성인들의 성매수 대상이 되어 성착취와 성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을 대상 아동 즉 처분의 대상으로 여겼다”며 “성인들은 이를 미끼로 신고하면 너도 처벌받는다고 아이들을 협박해왔다. 이제는 이 아이들을 피해자로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N번방 방지 4법은 ①형법 ②성폭력처벌법 ③범죄수익은닉규제법 ④청소년성보호법 등이다.

먼저 서 검사가 언급한 ④은 성매매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명시하는 것이다. 그동안 범죄 피해자지만 수사 입건되는 것이 두려워 신고를 못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나아가 아동청소년 대상의 성범죄 뿐만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범해도 신상 공개 대상이 되도록 했다. 

①은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을 현행 만 13세에서 16세로 상향하는 것과 △강간 및 유사강간을 계획한 범죄자에 예비음모죄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제 성인이 한국 나이로 17세인 고등학교 1학년생과 동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해도 의제강간죄로 처벌받게 됐다. 17세까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정도로 온전히 성숙했다고 보지 않고 청소년 성보호의 관점에서 안전망 안에 두는 것이다. 또한 후자는 N번방 사건에서 가해자들이 70여명에 이르는 피해자에게 폭행협박을 행사해 성범죄를 저질렀는지 입증하기 어려워 가중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그 약점이 보완됐다.

②은 △불법 성착취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과 △N번방 사건처럼 자신이 직접 성적 영상을 촬영했더라도 사실상 반강요 협박에 의한 것이거나 타인이 그걸 본인 의사에 반해 유포하면 처벌하는 규정이 들어갔고 형량도 상향된 것이 핵심이다. 나아가 △특수강도강간을 모의했다는 게 입증되면 실행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예비음모죄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불법 영상물 촬영제작의 법정형도 더 엄격해졌다.

③은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실제 범죄와 범죄수익 간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게 워낙 어려워서 범죄수익 환수가 되지 않아 출소 이후의 추가 범죄를 방조한다는 맹점을 보완한 것으로 입증 책임을 완화한 것이다. N번방 주범 조주빈은 실제 검거될 때 수억원에 달하는 범죄 수익을 갖고 있었다.

서 검사는 “저절로 통과될 리는 없다. 저 안에 목숨 몇 개, 저 안에 절망 몇 개, 저 안에 피눈물 몇 개, 저게 혼자서 26만명(N번방에 연루된 한국 남성 숫자로 거론된 최대치)이 될리는 없다”며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26만 플러스 알파, 저 안에 소라넷 몇 년, 저 안에 웰컴투비디오 몇 달, 저 안에 AV스눕 몇 날. 국회여 드디어 세상과 통하였구나”라고 표현했다. 

이어 “불가능해 보이기만 하던 20대 국회 통과. 모두 함께 분노한 힘으로 철벽 같던 법무부와 국회를 바꿨다”며 “이제 시작이다. 너무 늦었지만 한 걸음씩 때론 점프도. 대한민국에 성범죄자가 설 땅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 기쁜 소식이 있다. 

민간 축구 교육기관의 차량도 안전관리 대상으로 포함되는 태호유찬이법(도로교통법과 체육시설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 안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응급처치를 의무사항으로 명시한 해인이법도 의결됐다. 작년 연말 가장 먼저 통과된 민식이법(운전자 과실로 스쿨존 안에서 어린이가 사망하면 3년 이상의 징역을 부과하는 것으로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경우 일부 오해로 비롯된 과잉 처벌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그래서 혹시 관련 어린이 교통안전법들의 통과 전망이 어두울줄 알았는데 잘 통과됐다.

국회의 한계가 노출됐던 법 통과도 있었다.

일명 구하라법이 법사위 문턱을 못 넘은 것이다. 구씨 친오빠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고 유사한 사례들이 부각되어 국회 입법 청원(10만명 동의 서명)까지 관철됐는데 법사위 1소위에 아직 머무르고 있다. 구하라법의 골자는 민법상 유산 상속 결격사유에 “직계존속과 비속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하게 해태한 경우”를 추가하는 것이다. 부모가 자기 사정 때문에 자식을 버려놓고 나중에 유산 상속을 받기 위해 갑자기 나타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법사위 간사이자 1소위원장)은 “부양 의무를 게을리한 경우와 같이 추상적인 개념을 상속 결격사유로 추가할 경우 법적 안정성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그동안 수두룩했는데 미리 논의하지 않고 사회적 요구가 거셀 때도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또 법안을 잠재워놨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KT 특혜법이 가장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혁신성장이라는 경제활성화 규제완화 기조에 빠져 은산분리 대원칙을 완화시켜줬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소유를 터준 것이다. 그럼에도 KT는 케이뱅크의 대주주 자격(34%)을 얻기 어려웠다. 담합 전력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검찰 고발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 자유한국당 의원들(김종석·경대수·김석기·김선동·김용태·김진태·김학용·박맹우·박성중·정태옥·추경호)이 원포인트 KT 민원 해결법을 급하게 만들어서 추진했고 이에 민주당 지도부가 동조했다. 그래서 여야 합의로 법사위를 진작 통과했는데 지난 3월5일 본회의에서 채이배 민생당 의원 등의 개인기 반대 토론으로 부결된 바 있다. 그러나 총선 끝나고 재발의됐고 결국 통과됐다.

채 의원은 2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다시 한 번 반대 토론을 격렬하게 했다. 

본회의 반대 토론에서는 “국민의 돈을 맡아서 운영하는 은행의 대주주가 시장경쟁 질서를 훼손하고 수많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친 담합 기업이어서야 되겠는가”라며 “범죄 기업 같은 잘못된 일을 한 사람들이 은행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도덕한 대주주가 은행을 맡아서 국가 경제를 흔들었던 사례가 있다. 저축은행 사태다. 저축은행 사태에 많은 대주주들이 은행 돈을 자기 돈처럼 썼고 위험한 곳에 투자해서 결국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저축은행을 살리거나 예금자의 돈을 보호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고 환기했다.

이어 “오늘 또 이 법안이 올라온 것은 정말 참담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라며 “내용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공정거래법에서 가장 악질적인 범죄 행위인 담합을 했던 기업이 여전히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허용해달라는 것”이라고 분명히 규정했다.

더 나아가 “지난번 인터넷전문은행법이 부결된 것에 대해 한 언론사가 케이뱅크를 살려야 한다라는 사설에 이렇게 썼다. 채 의원이 KT 특혜법이라고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자세한 법 내용도 모른 채 부결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발생했다”며 “당시 투표에 참여한 의원 대부분이 투표 결과도 알지 못 할 정도로 졸속으로 처리됐다. 이 자리에 계신 의원들을 법도 모르고 투표하고 법안을 졸속 처리한 한심한 국회의원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것을 저희가 찬성한다면 스스로 법도 모르고 그날 투표했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채 의원은 지난 본회의 표결 때 반대표를 던진 82명의 의원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이와 관련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거대 민주당이 이제 한국에 대기업 민주주의라는 기상천외한 모델을 만들 것”이라며 “의료 원격진료를 지렛대로 한 민영화 모델, 금융의 대기업 종속화, 그린뉴딜이 아니라 이명박식 SOC 뉴딜. 이게 현실이다. 그래도 미래통합당보다 나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 이제 한국은 민주당발 신자유주의의 핵심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채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KT는 지난 이사회 결정대로 케이뱅크 지분을 BC카드에 넘겨 K뱅크 정상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법이 통과되었다고 기존 이사회 결정을 번복한다면 이거야말로 KT의 지배구조와 경영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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