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개헌 정국, 겉모습은 ‘결렬’ ·· 실상은 일보 ‘전진’
여야 개헌 정국, 겉모습은 ‘결렬’ ·· 실상은 일보 ‘전진’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4.09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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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이 중요한 쟁점돼 결렬, 본회의도 무산될 위기, 키포인트 권력구조 안에 대해 여당의 진일보한 발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겉모습은 여야 원내대표들 간의 협상이 결렬되는 모양새다. 그래서 본회의가 열리는 일도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핵심은 권력구조 개헌안이다. 여당이 한 발짝 앞으로 왔다. 

여야 5당 4교섭단체 원내대표(우원식·김성태·김동철·노회찬)가 9일 두 차례 만나 의사일정 관련 논의를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 했다. 이날 오전부터 원내대표들은 조찬회동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의 정례회동까지 가지면서 어떻게든 합의하려고 노력했지만 불발됐다.

지난 4월2일 노회찬 원내대표가 처음으로 교섭단체 회동에 참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지난 4월2일 노회찬 원내대표가 처음으로 교섭단체 회동에 참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개헌 관련 야당의 협조를 원하고 방송법 4월 통과를 요구하는 야당에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처리로 응수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이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안에 호응하길 바라는 동시에 방송법을 바로 통과시켜주길 촉구하고 있다.

평화와정의(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는 권력구조 개헌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및 방송법 등에 대한 여야 중재안을 마련하는데 애를 썼다.  
  
노 원내대표는 정례회동에서 "민주당이 방송법과 공수처법을 같이 처리돼야 한다는 주장을 양보했으면 한다. 나는 공수처법안을 제일 먼저 낸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 사개특위(사법개혁)에서 논의 중인데 꼭 4월까지 돼야한다고 얘기하는 건 무리이고 자유한국당도 4월 중에 방송법이 처리된다는 조건 하에 박홍근 의원 안만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과도하다고 본다. 해당 상임위에서 4월 말까지 최대한 통합대안을 만들어서 처리하는 것으로 합의해서 그것을 중심으로 4월 국회 의사일정의 경색된 국면을 풀었으면 한다"고 해법을 모색했다.

노 원내대표는 기존의 김동철 원내대표가 하던 것처럼 양당의 합의를 위해 중재에 힘쓰는 모양새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노 원내대표는 기존의 김동철 원내대표가 하던 것처럼 양당의 합의를 위해 중재에 힘쓰는 모양새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보통 교섭단체 회동에서 거대 양당이 적대적으로 나오면 김동철 원내대표(바른미래당)가 중재자 역할을 해왔는데 이날은 "방송법 처리는 도저히 물러날 수 없는 바른미래당의 마지노선"이라며 강경했다. 

이유가 있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과거 보수정권 9년 간의 KBS, MBC가 너무나 망가져 있으니 현행법에 따라 일단 사장을 임명하고 이후 방송개혁이 되면 방송법을 논의하자고 해서 기다려왔다"며 "이제 KBS, MBC는 사장이 임명되지 않았나. 그럼 자신들이 서명하고 야3당이 공동으로 발의한 법안, 국회에서 농성까지 한 법안을 민주당이 무슨 논리와 명분으로 반대할 수 있겠나"라고 밝혔다.

즉 "자신들이 서명하고 농성까지 한 법안에 대해서 다른 주장을 한다면 앞으로 민주당의 무슨 말을 우리가 믿을 수 있겠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방송법 관련 여러 의원들의 법안(박홍근·추혜선·이재정·강효상)이 발의돼 있으니 과기정통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논의를 해서 빨리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방송법은 바른미래당의 마지노선이라고 강경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동철 원내대표는 방송법은 바른미래당의 마지노선이라고 강경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어찌됐든 협상은 실패다. 따라서 당장 이날 14시로 예정된 본회의와 향후 예정된 대정부질의 일정도 캄캄해졌다.

특히 민주당은 박 의원의 방송법 안에서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장 개입 자체를 막는 더 진전된 안이 있다는 취지를 강조해, 논의 시간을 벌려고 노력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바른미래당)는 정례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민주당은 오늘 중으로 야권이 받을 수 있는 안을 낸다면 받을 것이고 내일부터 시정연설과 대정부질문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장 핵심인 권력구조 개헌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기존의 대통령 중심제와 분권형 구조(이원집정부제)의 입장에서 좁혀지지 못 하고 공전했는데, 평화와정의가 대통령제와 조화를 이루는 총리추천제를 제안한 것에 대해 민주당이 어느정도 호응했다.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제만 확실히 해준다면 총리추천제에 대해서도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나아갔다. (사진=박효영 기자)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제만 확실히 해준다면 총리추천제에 대해서도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나아갔다. (사진=박효영 기자)

노 원내대표(평화와정의)는 조찬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총리선출제 같은 강경한 분권제를 주장하지 않는다면 총리추천제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대통령중심제를 분명히 한다면 세부 대안으로 추천제를 얘기해볼 수 있다는 것”이라는 발언을 우 원내대표가 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노 원내대표는 김동철 원내대표도 “여당이 어디까지 양보가 가능한가”라고 물었다면서 아예 협상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암시했다.

물론 “여기서 더 진전된 것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기존에 민주당은 한국당이 주장하는 총리선출제(총리가 내치를 맡고 관계 장관의 임명권 보유)와 총리추천제(국회 다수파가 총리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를 통으로 묶어서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라고 비판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우 원내대표는 조찬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총리추천제를 말하길래 그렇다면 야당이 안을 준비해봐라는 말을 한 것”이라면서 “대통령 중심제를 분명히 하고 입법과 행정 권력을 분명히 나누는 원칙 아래서 만들어보라고 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전날(8일) 개헌과 관련해서 심상정 의원이 제안한 총리추천제에 대해서 호응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여지를 남겼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전날(8일) 개헌과 관련해서 심상정 의원이 제안한 총리추천제에 대해서 호응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여지를 남겼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김성태 원내대표는 조찬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제왕적 권력구조를 손대는 부분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확인했다“며 이날 논의의 부정적 결과에 초점을 맞췄지만 총리추천제 자체에 대해 명확히 반대 의사를 표명하진 않았다. 

노 원내대표에 따르면 김성태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가 대통령중심제를 분명히 한 뒤 대안으로 총리추천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해서 전날(8일)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3월15일에 심상정 의원이 총리추천제를 비롯 개헌 중재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한 것은) 심 의원이 국회 차원에서의 개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대통령 개헌안 발의는 맞지 않다고 했고 전체적인 맥락에서 다 묶어서 심 의원의 입장에 대해서 환영의 입장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와정의의 중재안으로서 총리추천제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은 총리추천제의 입장을 가지지 않았었다”고 밝혔다. 표현이 애매한데 가지지 않았었다는 것은 앞으로 가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민주당의 2중대라고 욕하던 한국당인데, 김성태 원내대표는 3월15일 심상정 의원이 총리추천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 중재안을 발표했을 때 다음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상당히 이례적으로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의 입장발표에 대해 감사하다”고 밝힌 바 있다. 총리추천제 자체에 대해서 결사 반대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라, 향후 여야 개헌 열차가 합의로 나아갈 여지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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