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협의체 선거법 단일안
패스트트랙 
연동률 낮추거나 연동형 적용 비례대표 의석 낮추거나
검찰개혁법 통과시키려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대안신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가 선거법 단일안에 대한 구두 합의에 이르렀지만 정의당은 고민 끝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민주평화당도 잠정 합의안에 대해 추인하지 않았다.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왼쪽부터),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왼쪽부터),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여야 4+1 선거협의체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13일 17시20분 국회 정론관에서 논평을 내고 “오늘 정의당이 빠진채 진행된 4+1 협의에서 단일안을 구두로 잠정 합의했고 민주당은 이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을 물었다”면서 “정의당은 조금 전 의원총회을 통해 정치 개혁 취지에서 한참 후퇴한 이 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단일안의 내용은 ①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 비율 250대 50 ②연동률 50%의 준연동형 ③비례대표 의석 30석에만 캡을 씌워 연동형 배분 ④전국구 비례대표 6석에만 석패율제 적용 등이다.

애초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선거제도 개혁안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200대 100으로 조정하고 연동률 100%를 적용하는 것이다. 즉 300석 기준 정당 득표율 10%를 얻으면 30석을 확보하게 되고 만약 지역구 당선자 수가 7명이라면 23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보상받는다. 그러나 지난 4월말 패스트트랙(지정되면 본회의 표결 보장)에 태워진 Ⓑ선거법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225대 75와 함께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정당 득표율 10%를 얻으면 15석만 확보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정당 득표율은 전국으로 환산하되 배분은 6개 권역별(서울/경기인천/충청강원/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호남)로 하도록 정했다.

이렇게까지 타협된 이유가 있다. 거대 정당으로서 민주당이 지역구 당선자를 많이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해관계가 있고,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한 의원 정수 증원 문제에 대해 국민 여론이 반대한다는 명분이 작용했고, 현행 지역구 253석 중 최대한 고심해서 28석만 사라지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11월부터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고 4+1 협의체 차원의 선거법 단일안을 논의하는 시기에 또 다시 민주당의 요구가 나왔다. 민주당과 호남 기반의 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지역구 의석 감소폭을 최소화하자는 요청에 따라 Ⓒ250대 50으로 재조정된 것이다.

여기까지 왔음에도 민주당은 욕심을 포기하지 않고 Ⓓ연동률을 30%~20%로 낮추자거나 Ⓔ연동률을 50%로 유지하려면 캡을 씌워 연동형으로 배분하는 비례대표 의석을 20석~30석으로 낮추자거나 Ⓕ봉쇄조항을 3%→5%(그 이상 정당 득표율 확보해야 의석 배분)로 하자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 원내대변인은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민주당 등의 입장에 따라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50대 50까지 정의당은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까지 후퇴된 것인데 여기서 Ⓓ로 가거나 Ⓔ로 가거나 둘 중의 하나로 또 후퇴시키자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소수 정당들이 난립한다는 명분으로 Ⓕ까지 주장했다가 사실상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정의당 없는 4+1 협의체는 Ⓔ로 잠정 합의했다. 

여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작은 것에 집착하지 말고 대의에 따라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 여망과 패스트트랙 공조 정신이 훼손되지 않는 전향적인 안을 민주당이 다시 제안하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정의당은 Ⓔ가 곧 Ⓓ나 다름 없다고 보고 있다.

여 원내대변인은 정론관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캡을 씌우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정교하게 환산해봐야 겠지만 연동률 30% 내외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애초에 합의한 정신보다 한참 후퇴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석패율제 자체를 없애자는 내부 여론이 강한데 ④에 대해 여 원내대변인은 “석패율제 범위가 넓어지면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의 경합 지역에 정의당 의원이 출마했을 때 민주당이 불리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런 점에서 석패율제를 축소해서 정의당의 지역구 출마자 수를 줄이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패율제는 지역주의와 수도권 중심주의를 완화하려는 취지가 강했는데 한참 퇴색됐다”고 주장했다.

석패율제는 말 그대로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켜주는 제도인데 전국 단위로 6명을 구제할 수 있도록 하되 각 당이 6개 권역에서 1명씩 자체 판단에 따라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 잠정 합의안의 내용이다.

여영국 원내대변인은 캡을 씌우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여영국 원내대변인은 캡을 씌우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여 원내대변인은 재차 Ⓔ에 대해 “저희들은 정치 개혁의 출발부터 캡을 씌워서 퇴보시키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며 분명하게 밝혔다.

무엇보다 Ⓔ에 대해서는 바른미래당 당권파·민주평화당도 사실상 반대했다. 

잠정 합의안이 만들어진 뒤 이날 오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삼자 회동을 했고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공유했다. 

심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캡을 씌우게 되면 사실상 (연동률) 30%가 된다. 거대 양당 체제를 넘어서자는 선거제 개혁 핵심 취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막판에 후려치기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고 정 대표도 “동의하지 않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질을 버리고 누더기식으로 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의 표시들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분명 현행대로 1등만 당선되는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선호하고 있지만 선거법에 합의하지 못 하면 성과로 가져가고 싶은 검찰개혁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역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지난 4월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을 동시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것도 민주당 입장에서 께름칙한 선거법을 내주는 대신 검찰개혁법이라도 성과로 남기고 싶은 동기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다 가진 공수처 설치를 결사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나머지 당들의 도움을 받아야 검찰개혁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

지난 10일 밤 본회의에서 통과된 2020년 예산안 표결 때 확인된 찬성표는 156명이었다. 

4+1을 포괄하는 범 패스트트랙 공조 세력은 △민주당 129명 △바른미래당 당권파 9명(비례대표3+지역구6) △바른미래당 소속 나홀로 활동 의원 2명(박선숙 의원+이상돈 의원) △정의당 6명 △민주평화당 5명 △대안신당 8명 △민중당 1명 △무소속 6명(문 의장+손혜원 의원+이용주 의원+정인화 의원+김경진 의원+이용호 의원) 등 총 166명이다.

정 대표는 12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선거법 후퇴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만일 당신들(민주당)이 연동률을 손대고 봉쇄조항을 손대려고 한다면 한국당과 공수처 검경수사권도 같이 하라”며 “원래 당신들은 선거제에 관심이 없었다. 마지못해 끌려 들어온 선거제는 되면 할 수 없고 안 되면 좋다는 것이 당신들의 심보 아니었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당당하게 한국당과 짬짜미하고 거래하라. 우리는 선거제를 훼손한다면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확실하게 말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선거법에 대해서 Ⓓ나 Ⓔ를 포기하고 Ⓒ로 합의를 봐야 검찰개혁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데 그렇게 결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날 15시에 열릴 것 같았던 본회의에서는 △예산부수법안 22건 △여러 민생 법안 △선거법 △검찰개혁법 △유치원 3법 등이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그러지 못 했다. 오전에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이인영·심재철·오신환)가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했고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본회의는 계속 열리지 않고 지연됐다. 

한국당은 예고했듯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하려고 했고 민주당은 우선 상정만 시켜놓고 이른바 쪼개기 임시국회 전략을 구사해서 필리버스터를 무마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임시국회 회기 안건에 대한 결정이 이슈였다.

문 의장은 본회의에서 임시국회 기간에 대한 표결을 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두 차례나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요청했지만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변화와혁신)가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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