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 박종민] 한여름이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날씨다. 사상 유례가 없다는 6월 열대야도 겪었다. 후텁지근한 높은 기온에 습도마저 다습해 찐득찐득 눅눅하다. 오락가락 그치다 내리는 장맛비에다가 가마솥에서 뿜어내는 열기처럼 푹푹 찐다. 거실 나무 그늘도 마찬가지다. 축축 늘어지는 몸을 다잡아 한곳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박종민 수필가/시인
박종민 수필가/시인

시시각각 차오르는 불쾌지수에 짜증이 절로 난다. 부지런히 움직여 뛰고 달리며 활동해야 하나 맥이 빠진다. 출구가 없는 경기불황에 나날이 치솟는 물가가 먹고사니즘을 옥죈다. 저조한 실물경제에 실질 소득이 줄어드니 막막하기 그지없다.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변인과 오다가다 만나는 사람들 거의의 얘기이고 실상이다. 

 아침에 잠 깨 일어나면 오늘은 뭔가 좋은 소식이 있길 기대하면서도 신문을 펼치거나 TV를 켜기가 두렵다. 지레 잔뜩 겁먹은 가슴에 설상가상(雪上加霜) 격이랄까? 러시아가 무력 침략전쟁을 저지른 우크라이나의 전장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기가 질리고 삶의 의욕이 꺾인다.

인명 살상과 무자비한 파괴, 폐허가 돼버린 곳곳의 현장, 몸부림치는 가혹한 목숨 등등의 영상이 머리 뉴스로 비추어질 때마다 가제 불안하고 불길하기만 가슴속으로 후벼 들며 짐승만도 못한 미친 인간의 짓거리에 치를 떨고 있다. 과연 전쟁광(戰爭狂)의 말로는 얼마나 비참하게 끝날까? 무참하고 슬퍼야 하리라. 신의 가호(加護)를 빌며 흥분되는 마음을 달랜다.

신문방송언론에 요즘 들어 부쩍이나 늘어난 핵무기 핵전쟁이란 단어에 어둡게만 비치는 우리의 미래가 자꾸만 불길하고 불안하다. 괜스레 지나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하면서도 암담하고 암울한 생각들을 지울 수가 없다. 나 혼자만의 걱정과 근심이 아니리다. 근심하고 걱정하며 기우(杞憂)에 찬 범위를 확대하여 사회로 넓혀서 바라보면 심각한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공직사회나 개인기업의 직장사회나 모두가 초긴장이다. 세계의 리더인 미국에서부터 출발한 금리 인상에 가중되는 환율 불안, 내수(內需)부진에 수출(輸出) 감소 폭이 커지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데다 노사 간의 과도한 힘겨루기 등, 경영 전반에 걸쳐 큰 어려움 앞에 직면해 있다.

생산과 판매 부진에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한치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캄캄한 오밤중과 다름이 없다. 경기 전망이 오리무중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국민소득 감소와 성장률 둔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같은 현상이 세계적인 흐름이니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가 없이 맞닥뜨린 국면이다. 사면초가(四面楚歌)의 난국(難局)이다.

우선 국민 각자가 자기애(自己愛)와 자기위안(自己慰安)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스스로 자기를 위로하며 위안하는 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며 위로와 위안하는 마음을 가짐으로 내가 아닌 남이 보이는 것이다. 남을 인정하게 되고 배려하게 되고 비로소 격려하며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난국에 대응하는 이해와 배려, 화합과 단결, 공감과 소통이다. 이걸 기반으로 일어서야 한다.

요즘은 젊은이 어른 할 것 없이 남녀를 불문하고 젠더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 배경엔 막말이 있다. 욕설과 상대방을 무시하며 얕보고 깔보는 비하 야유가 종횡무진 성행하고 있다. 정부의 각 기관을 비롯해 각급 부처의 콜센터 안내원들은 하나같이 따뜻한 말 친절한 대화의 자세를 간절히 주문하고 있다.

“말 한마디에 천양 빚을 갚는다.” 했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친절한 말 한마디가 묘약(妙藥)이며 묘수(妙手)가 될 수 있다.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은 고난에 처한 상황을 극복해내고 진정시키며 단합하고 화합하는 힘의 원천(原泉)이 되는 것이다. 어려움은 여럿이 함께 나누고 작은 힘도 한길로 보태는 거다. 위로 격려 사랑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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