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종민] 6월이다. 산이 푸르고 들도 푸르다. 울창한 푸른 숲에서 흘러내리는 강이 더없이 맑다. 푸른 수풀의 기력으로 강토와 산하가 신선하고 싱싱하다. 기름진 옥토에 구획정리된 전답과 하천엔 생기가 넘쳐난다. 우리 강산, 이 얼마나 좋은가, 이 이상 얼마나 더 곱고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그저 풋풋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박종민 수필가/시인
박종민 수필가/시인

성하(盛夏)로 내딛는 시절, 금수강산 곳곳마다 산천초목이 한물져 힘껏 활기차게 기지개를 친다. 그렇게 온갖 푸른 생명 들이 생장점을 향하고 있다. 봄꽃이 진 자리엔 송알송알 열매가 매달려 커가고 있다. 활력에 넘쳐 발전지향적이다. 

 생존체(生存體)들 모두가 줄기찬 성장과 번영을 추구하는 계절이다. 일 년 중에 가장 생명력이 강하게 뻗어나는 이 시절, 따사로운 햇볕에서 나오는 열에너지가 이글이글 끓어 오르며 생태계의 번성을 견인(牽引)하고 있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안온하기만 한 달이다.

많은 이들이 온화한 계절만큼이나 화평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여기가 자유대한민국의 품이다. 누가 예다가 반문을 제기할까? 살아가는 일상엔 국민 대부분이 아무런 이유 없이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이들은 별로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지나온 역사를 잊거나 망각해선 안 되는 달이다.

대한민국 역사 속에 기록된 아프고 슬프고 잔인한 달이 6월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나 젊은이들은 이를 잘 모르리다. 선대가 가르치지 않는다면 슬픈 역사를 알 리가 없다. 어찌 기억하겠는가? 이런 현상이 안타깝고 아쉽고 허탈하다. 역사의 치욕(恥辱)을 기억하는 이들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분명한 건 매년 돌아오는 6월은 모든 국민이 잊어서는 안 될 가혹한 슬픔과 아픔과 고통이 상존(常存)한다는 사실이다.

그 아프고 슬픈 역사를 내내 기억하며 회상하여 대비하고 대처해야만 한다. 우리 국민의 도리이며, 가져야 하는 정신 자세 태도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을 기해 소련 스탈린과 중공 모택동이 합세해 북한 김일성에게 기습 남침을 자행케 한 한국 전란의 상흔 말이다. 사상자가 300만 명 이상 발생했고, 남북의 1,000만 이산가족이 생사를 모르는 채 흩어졌다.

전 세계 전쟁사에도 큰 사변으로 기록된 6.25의 한국전쟁이다. 이 전쟁으로 삼천리 금수강산 산하에 전답 옥토가 치열한 전쟁터가 되어 폐허와 불모지로 변했었다. 그 얼룩이 지금도 남아 있다.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지난 일에 대한 회오와 다짐과 내일을 향한 각성과 각오가 절실하게 필요한 달이다.

강토를 붉은 피로 물들었던 동족상잔의 참상을 잊어선 안 되는 달이다. 다지고 되새기고 각오하며 작정해야 한다. 국가와 민족의 융성을 위하고 국태민안을 위해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차분하게 대비해야 한다.

새들도 그걸 아는 걸까? 꼭두새벽부터 뒷산 검푸른 숲에서 두견새 애절한 목청이 들려온다. 새벽 공기를 가르는 목청이 어둡기만 하다. 동족상잔의 참상을 회상하라는 절규로만 들린다. 아픔과 슬픔의 여한을 쏟아내는 가락이다. 서러움에 겨워 통곡하는 전율의 음색이며 멜로디다.

새벽 산하를 처절하게 적시며 울리는 새들의 절규, 환영(幻影)일까? 환상(幻像)일까? 북측의 미사일 발사 영상이 겹쳐온다. 좌불안석 불안하다. 안락한 생활 속에서도 아침이면 늘 간밤엔 어떤 일이 벌어 졌을까, TV 켜기가 겁이 난다. 연일 보도되는 핵실험 핵잠수함 ICBM, 우크라이나 전쟁 등등 불편한 뉴스에 질린 지 오래다. 우리의 안보 우리가 지켜야 한다. 온 국민이 정신 바짝 차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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