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의 장광설] 스포츠와 정치
[김경배의 장광설] 스포츠와 정치
  • 김경배 기자
  • 승인 2018.02.0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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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배 편집국장
김경배 편집국장

[중앙뉴스=김경배] 스포츠와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스포츠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며 스포츠를 통한 외교전도 치열하다. 현대 정치를 스포츠 외교라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손기정이 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한 1936년에 열린 11회 베를린올림픽은 이러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열린 대회이다. 베를린올림픽은 제1차 세계대전 때문에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던 독일에서 열린 대회로 히틀러가 독일민족의 우월성을 세계에 널리 자랑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린 대회이다.

참가국이나 참여선수만도 대회 최대규모로 49개국 3,963명이 19개 종목 129개 세부종목에 참가하였으며 성화 봉송에는 무려 7개국 3300명의 주자가 참여했다. 또한 올림픽 최초로 라디오 중계와 텔레비전 방송까지 하였다. 내부 단합과 독일 민족의 우월성을 알리기 위해 치열한 준비 끝에 나온 것이다.

지구촌 최대 축제인 올림픽이 정치적 목적으로 반쪽대회로 전략한 대회도 있다. 1980년 소련의 모스크바에서 열린 22회 하계올림픽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과 일본, 서독 등 66개 국가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하여 보이콧하는 바람에 반쪽 대회로 열렸다.

이에 대한 반발로 1984년 미국의 로스엔젤리스에서 열린 올림픽에는 소련의 주도 하에 동구권 국가들과 북한, 쿠바 등 14개국이 보이콧을 했다. 양 대회는 가장 신성해야할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악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스포츠가 국가간 관계 개선을 일군 사례도 있다. 중국과 미국의 이른바 ‘핑퐁외교’가 그것이다. 1971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탁구 선수권대회가 끝나고 중국은 그 대회에 참석한 미국선수단 15명을 베이징으로 공식 초청했다.

이 친선경기가 갖는 정치적 파장은 엄청나 냉전의 상징이었던 두 나라가 우호적인 접근을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석 달 뒤 미국의 헨리 키신저 대통령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이 베이징을 극비리에 방문했으며 72년 2월 닉슨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으로 이어져 세계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

현재 지구촌에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남북한은 그동안 스포츠 외교를 통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악착같이 상대를 이기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그것은 스포츠를 통해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남북한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은 스포츠 단일팀 구성이다. 단일팀 참가나 구성은 대회의 주목을 받을 만한 빅이슈였기 때문에 남북한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제의했으며 IOC가 먼저 얘기를 꺼내기도 하였다. 

남북한간 첫 단일팀이 실현된 것은 노태우정권 시절인 1991년이다. 1991년 4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한 단일 탁구팀이 출전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결성된 단일팀이다.

단일 탁구팀 명칭은 '코리아'로 하고, 남북한 국기 대신 하늘색 한반도기를 사용했으며 남북한 국가 대신 '아리랑'을 불렀다. 코리아 탁구팀은 남북 각각 31명(임원 22명, 선수 9명) 씩 총 62명으로 구성됐다.

이 대회에서 여자팀(현정화·리분희)은 단체전 우승, 남자팀은 단체전 4강 진출이라는 성적을 거두었다. 세계탁구선수권 단체전 우승은 한국은 1973년 사라예보 대회 때 이에리사, 정현숙의 한국 여자대표팀이 우승한 이후 18년 만이었고, 북한은 처음이었다. 

특히 여자 단체전에서 단일팀은 남북이 따로 출전했을 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겨본 적 없는 중국과 치열한 접전 끝에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2012년에는 이들의 스토리를 소재로 만든 영화  <코리아>가 개봉되기도 했다. 

또 1991년 6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단일팀을 구성, 1차전에서 강호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키는 등 1승1무1패를 기록 조2위로 8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9일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식을 갖고 17일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이번 동계올림픽에는 북한이 6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서 남북한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전격 참여를 결정하여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여자아이스하키 종목에서는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단일팀을 구성해 이번 대회를 치른다. 91년 탁구와 축구에 이어 세 번째로 그 결과와 상관없이 남북한간 긴장완화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를 통해 남북한간 긴장완화와 화해의 물결이 도래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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