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의 장광설] 북·미 정상회담과 협상의 예의
[김경배의 장광설] 북·미 정상회담과 협상의 예의
  • 김경배 기자
  • 승인 2018.05.1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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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배 편집국장
김경배 편집국장

[중앙뉴스=김경배] 오는 6월 12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낙관적인 분위기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10시간 앞두고 통지문을 보내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다.

뿐만 아니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미국의 대북 압박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미국 행정부 안에서 ‘선 핵포기, 후 보상’을 뜻하는 ‘리비아 핵폐기 방식’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일방적인 핵포기 정책만 강요하려 든다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미국과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선잡기에 나서는 듯한 모양새다. 의제를 선점하여 협상력을 높이고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압박하는 강경일변도의 전술도 필요하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확정해 발표한 뒤에도, 북한을 압박하는 강경 발언을 계속하고 특히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미국으로 보내 폐기해야만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며 ‘리비아 방식’을 반복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서는 것도 이러한 전술의 일환이다.

미국의 계속되는 강경책에 북한 역시 끌려가지만 않을 것임을 시사하며 오히려 북·미간 정상회담 재고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북·미 정상회담의 무산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취하는 북한의 외교술이다.

정상회담은 양측 간 어느 정도 의제와 결과에 대해서 합의를 도출한 후 열리는 것이 상식이다. 정상회담이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난다면 그것은 양측에 있어서 너무나 큰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있어왔던 정상회담에서 비관적인 결과가 잉태된 경우는 전무하다.

특히 이번 북·미간 정상회담이 무산될 경우 양측 정상뿐만 아니라 양국 간 피할 수 없는 파국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양국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할 일은 명확하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공연한 시빗거리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 성공의 가장 큰 수혜자중 하나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북한 비핵화 의지 부정과 북-미 회담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에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한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고위급회담 연기 사유로 제시한 ‘맥스선더’ 훈련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북측은 당초 한미연합훈련을 후순위로 미뤄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훈련이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밝히면서 대화협상이 속도를 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정부가 나서 ‘맥스선더’ 훈련을 북한에 충분히 이해시켰어야 했다.

물론 그렇다고 북한 역시 최근의 분위기에서 그 책임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 협상은 상호간의 신뢰 속에서 시작된다. 일방적인 발표를 통해 회담을 연기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외교적으로 비판받아 마땅한 행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권좌에서 몰아내는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북한을 달래려는 당근책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외교에는 협상국이 있으며 그 협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호간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판을 깨는 누를 범해서는 안 된다. 회담 전까지 넘어야 할 고비도 많지만 성공적인 회담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상호 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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