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의 기적⑬] 창호야 “억울해 하지마” ·· 민주 국가의 ‘시민’으로서
[윤창호의 기적⑬] 창호야 “억울해 하지마” ·· 민주 국가의 ‘시민’으로서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11.14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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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당대표 공개 만남 외에 비공개로 김수민·심상정·정동영 만나, 친구의 아픔을 보며 느낀 진솔한 이야기, 심상정·정동영과는 선거제도 개혁과 윤창호법의 상관관계 깨달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 강화)이 하루 빨리 국회 문턱을 넘었으면 하다 보니 또 다시 친구들이 국회에 왔다. 

음주운전 범죄 피해를 당해 유명을 달리한 故 윤창호씨(23세)의 친구들(김민진·손희원·이소연)이 13일 국회를 방문했다. 이날 일정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면담하고 중간에 3명(김수민·심상정·정동영)의 정치인을 비공개로 만나는 것이다.  

심상정 의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친구들. 왼쪽부터 손희원씨, 심상정 의원, 김민진씨, 이소연씨. (사진=박효영 기자)

새벽녘에 부산에서 KTX를 타고 올라온 손씨와 이씨는 서울에서 김씨를 만나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윤창호법 발의 및 서명해준 국회의원들에 감사카드 전달(10월21일) △윤창호법과 음주운전 근절방안 세미나(10월30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공개 면담 및 5당 대변인 비공개 면담(11월5일)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정책 세미나(11월9일) 등 이미 4번이나 국회를 방문했다. 

뜻을 함께 하기로 한 친구들(김민진·김주환·박주연·손현수·손희원·예지희·이소연·이영광·윤지환·진태경)은 10명이다. 각자 역할 분담(서명운동·언론 담당·정치인 면담·근절 뱃지 등)을 통해 로테이션으로 국회를 방문하고 있다. 

김씨는 9시40분에 이정미 대표를 만나 “창호가 숨을 거두던 날(11월9일) 나는 국회에 와서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었다. 내가 창호를 보내면서 마지막으로 했던 약속이 있는데. 창호가 꿈도 워낙 컸고 너무 이른 나이에 가다 보니 혹시나 미련을 가지고 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많이 들었다”며 깊은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내가 마지막 유골함 앞에서도 그런 미련을 가지지 말고 억울해하지 말라고 (창호에게) 말했다. 창호도 저희한테 바라는 것 같았다. 다시는 창호와 같은 억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저희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아무리 오래 걸리고 평생 걸려도 그것만큼은 다 할테니 못 이뤘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라고 했다”며 비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손희원씨가 이정미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손희원씨가 이정미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손씨는 김씨 옆에서 이정미 대표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발언문을 맡아 읽었는데 김씨의 고백을 듣고 눈물을 훔쳤다. 

이정미 대표와의 면담을 마치고 친구들은 의원회관으로 향했다. 

먼저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을 만났다. 친구들은 현재 윤창호법의 양형 문제가 징역 5년 이상(음주운전 범죄로 사망자 발생시 살인죄로 의율)인데 그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당위를 피력했고 김 의원은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의 논의 현실을 알려줬다. 형법 259조 1항에 따르면 미필적 고의와 악의성이 부각된 상해치사죄의 양형이 징역 3년 이상이라 국민 여론이 아무리 뜨거워도 법사위원들이 윤창호법의 양형을 3년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살인죄의 무기징역과 사형은 빼더라도 5년 이상은 뺄 수 없다는 게 친구들의 애타는 마음이다. 김씨는 그동안 윤창호법 제정 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응어리를 풀어냈고 꼭 5년이어야만 하는 배경을 강조했다.

“내가 휴학계를 내고 여기에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살면서 다른 사람들이 다치고 죽고 하는 음주운전 관련 뉴스를 볼 자신이 없다.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자신이 없다. 그렇게 (휴학을 말렸던) 부모님을 설득했다. 내가 (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처벌 강화 운동을)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것이니까. 그렇게 계속 피해자가 발생하면 나도 이제는 죄책감을 느낄 것 같다.”

김수민 의원과 만나고 있는 친구들. (사진=박효영 기자)
김수민 의원과 만나고 있는 친구들. (사진=박효영 기자)

2017년 음주운전 범죄로 인한 사망자는 439명이었다. 친구들은 윤창호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희생자 규모를 대폭 낮출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정미 대표도 “음주운전 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잘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인 범죄들의 가장 강력한 예방법은 가장 강력한 처벌이라는 생각이 든다. 범죄를 저질러도 주변에서 처벌받지 않는 것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이렇게 해도 된다는 인식들이 존재하는 한 예방이 어렵구나 이런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윤창호법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5년 이상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돌아가는 현실을 봤을 때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친구들이 그 결과에 너무 실망하지 말고 더 오래 힘을 내서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으로서 낙태죄 폐지와 성소수자 차별금지법 등 원내 주류적 관점과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그게 동료 의원들로부터 전혀 받아 들여지지 않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개선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경험담을 들려줬다. 

“내가 임기 안에 낙태죄를 부분적으로라도 합법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동성애 차별금지법도 어쨌든 통과가 안 될 것이다. 여기에 대해 너무 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표(다수결)에 눌리지 않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이제까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낙태죄나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어떤 분이 이렇게 말해줬다. 네가 지향하는 가치관에 대해 너만큼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없다. 시간을 길게 가져가라. 그래서 재선도 하고 3선도 해서 네가 하고싶은 것들을 밀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을 얻어라. 이렇게 말해줬다. 윤창호법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친구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줬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의원은 친구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줬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씨는 15시반 이해찬 대표와 만나서도 “창호가 (병실에 누워 있을 때) 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듣고 있다고 생각했다. (살아있는 동안) 윤창호법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들려주고 싶었다. 끝내 창호가 듣지 못 하고 갔지만 최대한 빨리 창호한테 가서(대전 추모공원에 임시 안장) (본회의 통과 소식을) 말해주고 싶다. 창호와 한 약속을 꼭 이룰테니 창호가 편안히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와 만난 친구들. (사진=박효영 기자)
이해찬 대표와 만난 친구들. (사진=박효영 기자)

친구들은 김 의원을 만난 뒤 점심을 먹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만났다. 평소 심 의원을 팬심으로 좋아하던 친구들은 마치 연예인을 보듯 설레임을 감추지 않았다. 

심 의원은 친구들에게 “심상정이 기자회견 한 번 하는 것보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다니는 게 윤창호법 통과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이런 말을 해줬다.

“정치는 이런 게 바로 정치다. 여의도에서 (국회의원들이) 하는 것만이 정치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정치는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녹아있다. 직접 행동으로 나서서 윤씨의 아픔을 슬퍼하는 걸로 끝내지 않고 의미있는 걸로 바꾸려고 하는 실천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친구들이) 국회에 와서 여러 의원들을 만나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들을 다 지켜봤다. 그런 여러분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바란다. 사실 수많은 사건들에 수많은 법안들이 제출됐지만 그때 지나고 나면 냄비 끓듯 끓다가 여론 사그라들고 나면 끝나버리는 일이 국회에서 다반사로 있는데 이런 것을 주권자로서 실천함으로써 깊이 개입함으로써 그걸 관철해 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정치 행위인가.”

실제 친구들은 벗의 비극에 분노해서 여기까지 왔지만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몸소 민주주의를 체험했다. 

김씨는 국회가 쟁점 이슈와 무쟁점 이슈를 뒤섞어서 전자 때문에 후자들을 처리하지 않고 미루는 관행을 무척 걱정했다. 현재도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 대해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정부가 임명을 강행해서 여야 대치 국면 직전까지 와 있다. 김씨는 이런 국회 상황으로 윤창호법 처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심상정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김씨. (사진=박효영 기자)
심상정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김씨. (사진=박효영 기자)

심 의원은 현직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결국 윤창호법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없는 정치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선거제도 개혁이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국회는 자기들 이해관계가 부딪치면 모든 것이 다 스톱된다. 그리고 양당 체제는 정권을 뺏긴 날부터 결사항전해서 상대가 나보다 더 못 났다 더 무능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다음번에 자기가 선택된다. 그렇게 (양당이) 반세기 이상을 집권하거나 아무리 잘못해도 최소 제1야당 이렇게 해먹었다. 다원적인 정치 체제에서는 뭔가 해보려고 포지티브한 정책 경쟁이 가능한데 지금 양당제에서는 내가 뭘 함으로써가 아니라 상대를 쥐어 패야 되는 구도다. 우리 친구가 우려한 것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최악을 막기 위한 투표 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국민들의 적나라한 투표 행태를 표현하는 말이 그 놈이 그 놈이라는 말이다. 왜 우리는 짬뽕과 짜장면 중에서만 먹어야 하는가. 이탈리아 보비오라는 철학자는 민주주의는 투표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잡채밥과 볶음밥을 선택지에 갖다 놓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한 참정권이다.”

김씨는 “선거제도 개혁에 집중하고 있는 것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정치를 잘 알지 못 하지만 유권자로서 선거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고 있다. 나도 소수당이 더 의견을 많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호응했다.

가장 마지막에 만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당대표로 취임했던 지난 8월부터 지금까지 선거제도 개혁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친구들에게 그 필요성을 알기 쉽게 설명해줬고 동시에 윤창호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청년당 만들고 노인당 만들고 소상공인당 만들어서 원내 진출하듯이 음주운전 철폐당도 만들 수 있는 것에 대해) 그럴 수도 있다. 음주운전의 피해자들이 다 모여서 당을 만들고 국회로 진출할 수 있다.”

정동영 대표는 윤창호법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고, 선거제도 개혁만 이뤄지면 그러한 민생 법률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동영 대표는 윤창호법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고, 선거제도 개혁만 이뤄지면 그러한 민생 법률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아무래도 이용주 평화당 의원이 윤창호법에 서명을 해놓고 음주운전으로 적발됐기 때문에 정 대표 입장에서 친구들을 면담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런만큼 이씨는 “평화당이 음주운전 문제만큼은 인식 개선·처벌 강화·예방 정책 등 가장 앞장 서서 나서고 전문가가 되어 달라. 민주평화연구원에서 바로 정책 연구에 들어가서 보고서를 작성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보다 더 열심히 해준다면 그걸로 국민들께 큰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정 대표께서 선거제도 개혁에 거의 올인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는 음주운전 퇴치에 올인하고 있다. 작년 음주운전 사망자가 439명이었다. 음주운전 사망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런 제도를 만들 정치인을 어떻게 뽑을지가 물론 중요하겠지만. 지금 정치 체제 하에서도 국민에게 필요한 민생 법률을 통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 특히 윤창호법처럼 아무 쟁점이 없는 사안이라면 바로 통과시킬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겼으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정 대표는 “당연히 이 의원 본인도 사회봉사를 하든지 속죄를 하고 싶어하니까. 그런 입장에서 숨거나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 여러분들이 의미있는 활동을 했다. 윤씨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훌륭한 일을 해준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화답했다.

친구들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5당 대표(이해찬·김병준·손학규·정동영·이정미)와 5당 대변인(박경미·송희경·김삼화·홍성문·정호진)을 모두 만났다. 윤창호법 통과를 필두로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을 펼치면서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으로서 소중한 경험을 한 것도 사실이다. 

윤씨의 삶이 송두리째 망가진 날이 9월25일인데 이후 채 두 달이 못 돼 법이 바뀌기 일보 직전에 와 있다. 친구들의 노력으로 실제 제도가 바뀔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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