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의 기적⑲] 윤창호법 본회의 ‘직전’ ·· ‘3년’ 수용 대신 집행유예 막아달라
[윤창호의 기적⑲] 윤창호법 본회의 ‘직전’ ·· ‘3년’ 수용 대신 집행유예 막아달라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11.29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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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특가법 통과, 행안위 도로교통법 통과, 문희상 의장 면담 때 나왔던 두 가지 중 5년은 끝내 무산됐지만 수용할 수밖에, 절차적으로 더딘 이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 강화)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기 직전까지 왔다. 

29일 윤창호법의 한 파트인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했고, 또 다른 파트인 특정범죄가중법 개정안도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타 상임위를 통과한 모든 법안이 법사위를 거쳐야 하는데 당일 도로교통법이 법사위에서 의결되지는 못 했다. 

법사위 1소위(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윤창호법의 가장 중요한 대목인 특정범죄가중법 개정안이 심사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도로교통법은 면허정지 기준을 혈중알콜농도 0.03%, 면허취소 기준을 0.08%로 강화한 것이 핵심이고 가중처벌의 기준도 2회로 낮췄다. 

다만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된 음주운전차량 동승자에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은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치열하게 논의됐으나 법안에 반영되지 못 했다. 

이번 윤창호법으로 강화된 음주운전 수치와 처벌 기준. (자료=박효영 기자)
운전면허 재취득 기간도 엄격해졌다. (자료=박효영 기자)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체회의 발언을 통해 동승자에 법적 책임을 부과해야 음주운전 근절을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했고 소위원장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행안위 간사)은 “과도한 처벌이라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경찰청 등 현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어서 일단 보류하고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행안위 간사)도 권 의원과 비슷한 취지로 발언을 했는데 홍 의원은 한국당 간사까지 협조해줄 것이라고 밝혔으니 차후 동승자 처벌 규정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법안소위에서 바로 논의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익표 의원은 소위원장으로서 윤창호법의 도로교통법을 원안보다 더 강화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특가법은 △음주운전 치상의 경우 1년~15년 징역 또는 1000만원~3000만원 이하의 벌금 △음주운전 치사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됐다.

두 법률 중 도로교통법은 당초 친구들이 최초로 만들었던 윤창호법의 원안(면허취소 기준 0.09)보다 더 강화됐다. 하지만 특가법은 원안인 하한선 5년이 3년으로 약화됐다.

故 윤창호씨(23세) 친구들(김민진·김주환·박주연·손현수·손희원·예지희·이소연·이영광·윤지환·진태경​) 중 김민진씨는 27일 법사위 1소위에서 특가법 하한선이 3년으로 의결되는 것에 대해 긴급 정론관 기자회견을 열고 “반쪽짜리 윤창호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자 한다”는 뜻을 표했다. 

같은 날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 1만명 국민 서명운동 자료를 전달하면서 끝까지 5년 하한선을 지켜낼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사실 문 의장은 친구들이 노력해서 대국민 음주운전 인식 개선에 큰 영향을 주고 법 제도화까지 이뤄냈다고 칭찬했지만 그리 달갑지 않은 이야기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문희상 의장과 만나고 있는 친구들. (사진=박효영 기자)

친구들(김민진·김주환·이소연·예지희)은 △하한선 5년 △조속한 통과 두 지점에 대해 호소했지만 문 의장은 “3년이라고 해서 그것이 무슨 큰 일 날 일이라거나 5년에서 3년으로 됐다고 약하게 했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고 국회 절차상 최대한 빨리 되고 있는 것이니 속도에 대해서도 양해해달라고 강조했다. 

오랜 정치 경륜을 가진 국회의장으로서, 큰 어른으로서 문 의장은 민주주의 체제의 현실 속에서 견해의 충돌과 경쟁이 있기 때문에 위 두 가지의 문제에서 친구들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거듭 설명했다.  

친구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5당 대표를 비롯 수많은 정치인 면담을 진행했고 이제 문 의장을 만나는 일이 본회의 통과 전까지 마지막일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이대로 그냥 돌아갈 수 없었다. 김민진씨는 국회의장실을 나오려다가 따로 단독 면담을 부탁했고 문 의장과 비공개 대화를 했다. 

김씨는 기자에게 “정치의 본질이 원래 시끄럽게 싸우는 게 맞고 아무리 옳아 보이는 일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법사위 소위가 하한선 3년으로 낮추는 것에 대해서 우리만큼 오래 연구하고 고민했는지는 의문이다. 유기징역 3년으로 규정하면 실제 음주운전 치사의 재판 과정에서 실형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너무 낮아지는데 이 점을 말씀드렸다”며 문 의장에게 피력했던 이야기를 전해줬다. 

(사진=박효영 기자)
행안위 회의실에서 이날 윤창호법의 도로교통법이 통과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씨가 주장하는 요지는 이런 거다.

과실범인 음주운전 치사에 대한 형량이 상해치사(3년 이상)·유기치사(7년 이하) 등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는 고의범 보다 더 엄하게 처벌될 수 없다는 법조문 상의 형평성 문제가 있지만 실제 재판 과정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6월까지 위험운전 치사상 혐의로 1심 재판을 받은 피고인 2154명 중 173명에게만 실형이 선고됐다. 고작 100명 중 8명 꼴로 감옥에 갔고 92명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음주운전은 과실범으로 취급되면서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딱한 처지가 부각되기 마련이고 집행유예 선고율이 92%에 이르는데 윤창호법에 따라 음주운전 치사를 징역 3년 이상으로 규정했을 때 여전히 집행유예(징역 3년부터 가능) 선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음주운전 범죄로 사람이 죽어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다 보니 음주운전 자체에 대한 죄의식이 현저히 부족하다. 

살인죄처럼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 아래 원안에 들어간 무기징역과 사형은 어차피 흉악범에게 선고되는 것이라 빠져도 괜찮다는 게 친구들의 입장이다. 다만 5년 이상을 규정해야 판사가 음주운전 치사 범죄자에 대해 집행유예를 내릴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즉 판사는 작량감경(하한선의 절반 감경해 선고 가능)으로 2년을 깎아주는 부담을 감수해야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석윤 한국해양대 교수가 2016년 발표한 <집행유예의 구형기준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살인미수죄의 66.1%가 실형을 선고받고 33.9%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음주운전 치사죄의 실형 선고율 8%의 8배가 넘는다. 

하태경 의원과 김민진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결국 고의범과 과실범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인데 형법 체계상 당연히 합리적이다. 하지만 전국민이 공감하고 공인된 인명피해 야기의 가능성이 높은 음주운전인 만큼 다른 과실 범죄들과는 달리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음주운전이라는 행위 자체가 충분히 예견된 인명 살상행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살인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미필적 고의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친구들 10명은 28일 오후 기자에게 3년 하한선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어찌됐든 입법부가 국민 여론을 받아들여 기존보다 처벌을 3배나 강화했기 때문에 향후 사법부 책임자와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 관행에 대해서 개선해달라는 협약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9일 14시 특가법은 본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지만 도로교통법은 아직 멀었다. 

28일 오후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도로교통법이 의결된 뒤 당일 바로 법사위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김도읍 한국당 의원(법사위 간사)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윤창호법을 추진한 만큼 바른미래당은 조속한 통과를 위해 당일 처리를 요청했고 송기헌 민주당 의원(법사위 간사)도 동의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국민 여론에 떠밀려 법사위가 살펴볼 시간도 없이 급히 통과시키면 안 된다는 취지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도읍 의원은 바로 의결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행안위 간사)이 전문위원에게 바로 윤창호법을 의결해서 법사위 의결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 문의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행안위 간사)이 전문위원에게 바로 윤창호법을 의결해서 법사위 의결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 문의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그 전에 행안위 법안소위의 의결이 원래보다 늦어진 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 

20일 소위가 열렸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지도부 차원의 보이콧을 천명한 상태라 참석하지 않았고 이날 민주당 단독 심사가 진행됐다. 26일 소위가 다시 열렸지만 두 당의 위원들이 이미 논의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처음부터 법안 심사를 다시 하자고 주장했고 무엇보다 동승자 처벌 문제로 합의에 약간의 진통을 겪었다. 결국 도로교통법은 소위의 문턱을 28일 오전에야 넘었고 바로 법사위에 상정되지 못 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윤씨가 범죄를 당한 9월25일 이후 두 달이 흘렀고 친구들과 윤씨의 부모님은 속이 타는 상황이다. 

부친 윤기현씨는 28일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루하루가 속이 타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국회가 최대한 빨리 통과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도 “다른 법안들은 오죽할까 싶다. 윤창호법 처럼 관심을 많이 받아도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사유로 논의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친구들은 윤창호법 제정 운동을 하면서 국회가 쟁점 이슈와 무쟁점 이슈를 분리해서 처리하는 문화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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