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의 우생마사] 지하철 승강기에서 김밥 먹는 시대
[박종민의 우생마사] 지하철 승강기에서 김밥 먹는 시대
  • 박종민
  • 승인 2018.02.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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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시인 / 수필가
박종민 시인 / 수필가

[중앙뉴스=박종민] 한 젊은이가 지하철 승강기를 타고 김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그것도 한 계단씩 성큼성큼 걸어 올라가며 왼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오른 손가락으로 끄집어내 입에 넣고 또 넣고 있었습니다.

목이 메일법도 하건만 물도 음료수도 없이 볼 퉁 가지가 터질 지경으로 연달아 꾸역꾸역 집어넣으며 꿀꺽꿀꺽 삼켜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역구내 어느 한구석에 앉아 얼른 먹고 일어서면 되리 싶은데, 몹시도 시간에 쫄리는 모양새이었습니다.

열차가 도착하자마자 젊은이는 손으로 입을 훔치며 차에 올랐습니다. 아침밥 한 끼의 식사가 순식간에 완료된 것입니다. 젊은이의 얼굴은 무표정한, 아니 무표정이라기 보단 마음을 가라앉힌 안도의 표정이었습니다.

마음도 몸도 바쁘다 바빠! 그의 생활에 좇기고 눌리는 삶의 무게입니다. 그는 지하철객실 내에서 김밥을 먹기엔 좀 쑥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결부터 다른 승객들에게 음식냄새로 인한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예의적인 차원도 있겠습니다만 언감생심(焉敢生心). 그럴 수밖엔 없는, 거기서가 아니면 도저히 밥을 먹을 수가 없는 시간적인 여유와 찰라 적인 공간이었던 거라 여겨집니다. 
                    
  그 젊은이가 이시대의 표상(表象)일지도 모릅니다. 현 사회 실상(實狀)속에서 부침(浮沈)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이며 몰골, 실상(實像)입니다. 잠시도 쉴 새 없이 달려야 되고 뛰어다녀야만 되는 우리들의 초상(肖像)입니다. 시대가 그리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대상황이 그렇게 만들어 놨고 그렇게 따라야 되게 됐습니다. 시대적 상황을 거부하거나 거절하기란 쉽질 않습니다. 이를 거부하거나 거절한다면 낙오자가 되고 퇴화되니 말입니다. 무슨 일을 하며 어느 역에서 내려 직장 일터로 향하는 젊은이 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젊은이의 표정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젊은이는 씩씩하고 꿋꿋했습니다. 용기와 기백도 있어보였습니다. 정규대학은 나왔을 법하고 군복무도 마쳤을 것 같은 나이에 가진 것 많은 집 아들은 아닌 듯하고 그렇다고 사회 초년생은 아닌 듯 했습니다. 금수저 흙수저를 따지는 이 마당에 지하철객실내의 승객 어느 누구보다도 그는 듬직했습니다.

몇 년 전 구의역스크린도어기사 사망사건이 떠오릅니다. 그가 그런 임시직일용직직원일까?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관리체제가, 언제라도 펑 터질 사건소지가 상존된 땜질식 처방이 아직도 진행형임이 확실합니다. 죽은 청년의 망령(妄靈)이 되살아 나타난 건 결코 아닐 텐데 말입니다.    

  누군가가 큰 인심 쓰듯 내 놓은 대책, 최저임금인상 비정규직전환 다 좋습니다. 그러나 올해 당장 16,4%가 임금 인상되게 되니 일용직, 알바생, 아파트경비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듭니다. 지방의 자영업자들은 시급7,530원을 5,000원 주기도 버겁답니다.

고려(考慮), 고려(苦慮) 거부(拒否), 거부(拒斧). 영 설자리가 없답니다. 누울 자리보고 다리 뻗어야 하건만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자들이 아우성 치고 있습니다. 사업을 포기해야만 할 절박함에 근심 걱정, 엄습해 오는 중압감에 해결 책 없는 시름만 깊어갑니다.

알바생들도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공부포기 취업포기 사랑포기……. N세대들의 올(oll)포기가 심히 걱정됩니다. 하지만 지하철승강기에서 김밥을 먹고 있는 젊은이 보며 희망을 봤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어둡지만 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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