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82] ‘거부’하는 정의당과 ‘압박’하는 미래당
[선거제도 개편82] ‘거부’하는 정의당과 ‘압박’하는 미래당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3.06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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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과 미래당
러브콜 받다가 러브콜하는
정치개혁연합의 멍석
함께 정의당 압박
정의당의 고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미래당과 정의당의 단독 만남은 대략 1년여 전에도 있었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원내 사령탑이 되자 마자 두 정치인(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전 대표)의 단식에 못 버티고 덜컥 5당 선거제도 개혁 합의문에 서명을 했고 2019년 새해가 됐다. 그 즈음 정의당은 미래당과 만나 모병제 등 함께 정책을 모색해보자고 제안했었다. 

오태양 미래당 공동대표는 3월6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21대 총선 선거연대 기자회견을 열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게 제안한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서 정치 세대교체의 뜻을 모으겠다고 말씀하셨다. 미래당에게 어떠한 형태의 선거연대에도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지금 그 기회의 때가 찾아왔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대표, 오태양 미래당 공동대표, 김소희 미래당 공동대표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오 대표가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 위성정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항의를 하고 폭력을 당했던 지난 2월5일 오전 미래당과 정의당의 지도부는 간담회가 열었다. 그때 심 대표는 미래당 지도부에 어떻게든 선거연대를 해보자는 메시지를 간곡히 전달했고 언론에는 두 당이 ‘정치 세대교체’에 공감했다는 내용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그 당시 오 대표 입장에서는 사실상 정의당 위주의 선거연대 즉 개별 입당 또는 합당을 암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미래당은 창당 3년차 원외정당으로서 기성 정당에 흡수되어 당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공포감을 갖고 있다. 원내 진출이라는 현실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꼭 미래당 당명은 살아남아야 한다.

오 대표는 같은 날(3월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정치개혁연합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사실 그때 심 대표는 좋은 취지로 미래당이 정의당과 함께 하자고 말씀하셨지만 작은 정당 입장에서는 간판 내려놓고 들어오라는 말씀으로 들리니까 아무리 변두리 구멍가게 작은 정당이지만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그런 건 어렵다고 답했다”고 회고했다.

대신 역제안을 했다. 오 대표는 현재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정치개혁연합 창당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이 주도하고 있는 연합정당 모델을 이미 한 달 전 심 대표에게 제안했다.

오 대표는 “심 대표에게 말씀드렸던 것이 이런 형태였다. 선거제도 개혁을 함께 했던 세력들이 이 성과를 총선에서 열매로 거두려면 특정 정당이 이걸 가져가는 방식이 아니라 같이 큰 텐트를 쳐서 그 텐트 안에서 힘을 모아서 국민 지지 속에서 가는 게 정치개혁의 방향”이라며 “그게 국민들의 열망에 보답하는 게 아니냐고 말씀드렸다. 그걸 정의당이 해주면 안 되느냐고 했는데 (심 대표께서)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3월6일 오후 정치개혁연합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미래당 지도부. (사진=박효영 기자)

심 대표는 정의당 유력정당 모델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연합정당을 창당한 뒤 거기에 원 오브 뎀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곤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연합정당론이 뜨거운감자가 됐을 때 정의당은 거듭해서 강한 거부 반응을 유지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거절 명분도 충분하다.

정치개혁연합은 연합정당론의 컨트롤타워이자 그 자체로 ‘멍석’과 ‘판깔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에 동의했던 민주진보진영 모든 정당들이 최대한 이곳에 많이 들어와야 하는데 정치개혁연합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민중당 △미래당 △녹색당 등 원내외 5당에 공식 참여 제안을 했다. 미래당은 원래부터 연합정당 모델을 내부에서 구상했기 때문에 호의적일 수밖에 없고 이날 정치개혁연합의 제안에 처음으로 호응한 정당이 됐다.

류종렬 전 흥사단 이사장(정치개혁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미래당 지도부에게 “저희들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사실 진보진영 내에서 연합정당론 자체가 미래통합당의 꼼수 행위와 다를 바 없이 결국 연합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이라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선뜻 어느 정당도 호응하기 어려웠다.

정치개혁연합은 미래당과의 첫 회동 자체가 분위기 반전의 신호탄이다. 그나마 민주당은 자체적으로 위성정당을 만들 수는 없고 미래통합당에 1당을 뺏길 수도 없어서 국회 밖 연합정당론에 처음부터 호의적이었다. 곧 공식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정의당이다. 이미 거절 의사를 누차 밝힌 터라 정치개혁연합은 별로 압박할 카드가 없다. 하지만 미래당은 다르다. 정의당의 러브콜을 먼저 받았으니 이제 미래당이 정의당에게 러브콜을 할 명분이 있다.

조성우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정치개혁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는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진보정당에서는 제일 큰 정당이고 정의당도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고 합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뜻은 직간접적으로 전달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연합정당론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연합정당론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 전 위원장도 “(정의당과) 계속 소통 중에 있다. 여러 가지 글을 통해서든 기고도 하고. 정의당이 연합정당에 참여해주는 것이 명분과 실리가 다 있다”며 “명분은 이렇게 미래당이나 다른 작은 원외정당들까지 같이 해서 정의당 포함해서 연합정당이 잘 되면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으면 진보 원내교섭단체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은 미래한국당 때문에 정의당이 원래 목표로 했던 원내 교섭단체 구성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연합정당으로 들어와서 같이 하면 미래한국당으로 갈 의석을 가져와서 그것이 민주당으로 가는 게 아니라 정의당을 포함한 소수정당들이 그 의석을 차지하면 원내 진보 교섭단체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하 전 위원장은 재차 “굉장히 큰 명분이다. 그게 정의당 단독으로는 어렵지만 다른 진보 소수정당들과 함께 가능해질 수 있다. 실리적으로도 마찬가지”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정치개혁연합은 미래당을 시작으로 사실상 다음주 초까지 참여 정당들의 1차 윤곽이 나와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즉 정의당에게 가해진 압박은 △미래당 요인 △민주당까지 동참했을 때의 고립 △공동 진보 교섭단체 △촉박한 시간 등이 있다.  

정의당은 강력 반대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창민 전 정의당 부대표는 이미 당내에서 연합정당론 옹호를 천명했다. 정의당도 플랜B가 있다. 즉 연합정당이라는 별도의 정당을 창당하는 방식이 아닌 △전략투표 운동(지역구는 민주당 정당투표는 진보 정당들) △민주당의 비례대표 무공천과 정의당의 지역구 단일화를 두고 정치 협상 등을 해보자는 것이다.

여차저차 다 안 되면 정의당이 연합정당에 참여하되 민주당에게 무공천 또는 최소한의 비례대표 지분 한정 등을 요구하는 절충안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선언을 한 정치인들이 꽤 있고 이들을 챙겨주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비례대표 마지노선 ‘7석’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박효영 기자)
미래당은 연합정당론을 놓고 전당원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날 최종 입장을 정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무척 어렵고 정말 난국이다. 그래도 정치개혁연합은 어떻게든 최대공약수를 만들어서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하 전 위원장은 “(정의당의 입장) 변화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 이후 많은 분들의 (보수통합 완성에 따른 총선 악영향)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라는 게 변화하는 양상이라서 정치 집단의 의사결정도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고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보지 않겠다. 계속 설득하고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조 대표는 “5개 광역시도당 창당해야 하는데 저희들이 서울, 경기, 인천, 전북, 전남, 대전 등 이렇게 준비를 하고 있다”며 “내부 (참여 정당들의) 결의들이 완료되면 현장 각 지구당들의 결합 및 중앙당이나 창준위의 결합까지 바로 좀 될 수 있으면 싶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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