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참여로 판 열려
녹색당 참여 가능성
정의당 강경 반대 여전
민생당 복잡
민중당은 적녹 동맹 고리로
미래당 가장 적극적
녹색당 지도부는 긍정적
기본소득당 기본소득 의제 보장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띄운 연합정당론에 더불어민주당이 최종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13일 아침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전당원 투표 결과를 토대로 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의결했다. 투표 결과 투표율 30%(24만1559명)에 찬성표가 74.1%(17만9096명) 나왔다.

민주당이 결단을 내린 만큼 이제 원내외 다른 진보 정당들의 입장이 중요해졌다. 

민주당 온라인 전당원투표 플랫폼. (사진=연합뉴스)

우선 정의당은 일찌감치 모든 의결 기구(상무위원회·연석회의·의원총회·전국위원회)를 통해 ‘절대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민생당은 3인 공동대표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린다. 바른미래당계 김정화 대표는 “친문(문재인 대통령) 연합정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고, 대안신당 출신 유성엽 대표는 “반적폐 반 한국당 연대(미래통합당)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평화당계 박주현 대표는 민주당을 제외하고 청년·소상공인 그룹 정당들이 모여 제3지대 연합정당을 만들어보자는 플랜B를 내세우고 있다. 민생당 전체 당원 여론으로 봤을 때는 아무래도 바른미래당 당원이 36만여명으로 가장 많기 때문에 김 대표의 불참 의사로 가늠될 수 있다.

원내 1석(김종훈 의원)을 보유한 민중당은 기본적으로 연합정당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지만 최초 하 전 위원장이 참여 제안을 했을 때는 현직 녹색당 당대표 자격이라 적녹동맹(노동과 환경)의 관점에서 유의미하다는 판단을 한 바 있다. 아직 논의 중인데 민중당도 미래통합당을 비롯 보수결집을 우려하는 정서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반개혁성을 비판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는 지난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대체적으로 (민중당 분위기는) 녹색당이나 노동당과 같이 손잡고 해보는 것에는 긍정적”이라며 “근데 이 판에 민주당까지 끼어 있어서 이럴 경우는 이게 이제 미래통합당 쪽 적폐 국회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에 대한 견제에 좀 더 무게를 싣느냐. 아니면 민주당도 그 나물에 그 밥 다 똑같다라는 여기에 더 무게를 싣느냐에 따라서 마지막 당원들이 어느 쪽에 좀 더 무게를 둘 것인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원외 3당(미래당·녹색당·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당을 제외하고는 연합정당론에 우호적이다. 

우선 미래당은 하 전 위원장이 연합정당론을 내세우기 이전부터 비슷한 모델을 논의했기 때문에 가장 적극적이다. 원내외 정당들 중에서는 최초로 정치개혁연합(하 전 위원장의 연합정당론 추진체)과 미팅을 한 바 있고 12일 공식 참여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가 급하게 취소했다. 관계자와 통화해본 결과 “좀 더 논의할 게 있다”는 공식 반응이 나왔지만 민주당과 녹색당이 전당원 투표를 진행 중이었던 터라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이 있었던 걸로 관측된다. 특히 미래당은 2017년 창당 때부터 최근까지 정의당으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았기 때문에 강경 반대인 정의당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있다.

연합정당론을 주도하고 있는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사진=박효영 기자)
연합정당론을 주도하고 있는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사진=박효영 기자)

녹색당은 연합정당 찬반을 두고 전당원 투표를 진행 중이다. 현 지도부(선거대책본부)는 참여하기로 입장을 정했고 당원들에게 추인받는 의미가 크다. 3월 초에 이뤄진 전국운영위원회 회의록이 공개됐는데 이에 따르면 지도부는 이미 연합정당에 참여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장단점, 여러 시나리오, 절차 등을 검토했다. 또한 지도부는 12일 녹색당 홈페이지에 당원 총투표 제안문을 게재하고 “선거 연합정당은 녹색당이 지난 8년 동안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투쟁하면서 만들어진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선대본(고은영·이유진·성미선 공동선대본부장)은 선거 연합정당의 첫 번째 의제를 기후위기 대응으로 만들겠다. 절체절명의 기후위기 비상상황에 시급한 대응을 호소하는 녹색당 국회의원을 만들겠다. 이같은 내용을 당원들께 동의받고자 한다”며 “선거 연합정당에 참여할 경우 녹색당은 단독으로 비례 후보를 낼 수 없고 비례대표 투표 용지에 녹색당이 기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당원 투표 결과가 인정받으려면 과반의 투표율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충족시켜야 한다. 지도부의 입장과는 별개로 1만1000여명의 당원 전체 여론에서 어느 쪽이 다수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기본소득당은 원외 3당 중 정의당과 같이 기본적으로 강경 반대 입장이다. 하지만 참여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본소득당은 민주당이 거대 양당의 축으로 ‘미래통합당 저지’에만 포커스를 맞춘 연합정당론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그런 ‘심판 정치’ 위주가 아닌 기본소득 정책을 비롯 개혁 정책에 대한 확실한 보장만 있다면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연합정당 구성의 이유가 미래통합당이 제1당이 되는 걸 저지하고 그들을 응징하려는 수단으로 향해가고 있다”며 “만약 연합정당이 미래통합당 저지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대안정당의 개혁 정책들은 다시금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이야말로 민주당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소수정당들이 연합정치 참여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이유”라며 “정책없이는 연합정당은 달라질 수 없다. 연합정당이 위성정당이 되지 않으려면 연합정당이 미래통합당의 꼼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개혁 정책이 연합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용 대표는 △고유한 개혁 정책에 대한 개별적 홍보 보장 △선거운동 기간 개별적 홍보에 대한 양적 동등성 보장 △당선 가능성에 있어서의 동등성 보장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궁극적으로 용 대표는 “반 미래통합당 연대가 아니라 개혁정책연합을 만들어보자. 이에 가장 부합하는 이름으로 (가칭)개혁정책 연합정당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원내외 정당들의 상황을 살펴본 결과 정의당을 제외하고는 모든 정당들이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정치는 역동적이라 작은 불씨 하나로 모든 게 어그러질 수 있다. 현재 국면으로 봤을 때 민주당과 원외 3당이 제대로 된 정책 협상을 하고 들어오게 된다면 그 직후 민생당이 동참하고 최종적으로 정의당이 엄청난 압박을 받는 ‘고립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다.

정치개혁연합 창당준비위원회는 민주당의 참여 소식이 알려진 직후 논평을 내고 “선거 연합정당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며 “비례대표 후보 선출 방식, 의석배분 방식에 대한 협의 뿐만 아니라 연합정당의 지향점에 대한 합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온전한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 국회개혁, 특권폐지, 직접민주주의 확대 등 정치개혁 과제들을 최소한의 합의 기반으로 해야 한다”며 “각 정당들의 핵심 의제에 관한 논의도 필요하다. 이런 것이 전제가 될 때 선거 연합정당이 정치 혁신의 물꼬를 트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이제 민주당이 결정을 했으므로 소수정당들의 참여가 늘어나길 기대한다. 특히 정의당이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재검토해주기를 요청한다. 진보정치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2020년 3월의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 지혜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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