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종민] 유종의 미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흔히들 어떤 사안의 결과를 보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라고 얘길 하곤 합니다. 그러나 말로는 쉽지만, 인생의 최후에 다가오는 유종은 아름답게 거두기가 쉽질 않다는 걸 목도 했습니다.
과연 유종(有終)의 미(美)는 무엇으로 정의해야만 할까요? 나는 유종(有終)의 미(美)에 인생이 죽음에 이른 마지막 순간인 임종(臨終)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그 유종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자라는 과정에서부터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길을 스스로 개척하여 생명 영위 활동을 지속하다가 생애를 마치는 최종적인 종료의 순간을 맞게 되는 게 최후의 유종이며 임종(臨終)인 것입니다.
임종의 그 유종이 순하고 아름다워야 합니다. 인생살이의 무거운 짐과 인간 삶에 얽혀진 온갖 인연 속 회오와 미련과 슬픔을 던져버리고 지워버리는 유종입니다.
그리하여 삶의 무게로부터 가벼워지고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지나온 생을 평온하게 마무리를 잘 짓는 유종이 돼야 하므로 임종이야말로 조용히 곱고 멋지고 엄숙하면서 경건하며 아름다워야 한다고 여깁니다.
임종은 인간 삶 전부를 마감하는 유종으로 한 생명이 살아온 목숨의 종지부를 찍는 순간의 시각(時刻)으로 생명줄이 끊기는 마지막 찰라 입니다. 그런 총체적인 인생 삶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하는 임종은 인생 최후의 유종(有終)인 것이기에 그 정서와 정황이 값져야 합니다.
필자가 말하는 유종의 미는 여느 일반적인 어느 사안보다도 한층 더 결이 다른 것입니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 생명체가 최후로 맞는 최종적인 유종으로 세상 모든 것과 결별하는 종말의 순간이며 마지막 장인 것이기에 말입니다. 그러한 유종이 언제 어느 순간에 다가올 걸 그 누구 아무도 예측이나 예상을 할 수 없는 정황이 허다합니다.
인간 누구에게나 다가올 임종의 시각을 보장하거나 안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인간에게 부여된 생과 사의 과정이며 역정임을 숙고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대비해야 함을 느낍니다.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강건한 때 평소에 생각하고 예측하여 대비하고 대처해 놔야만 되겠더란 걸 절감했습니다.
필자가 갑자기 당한 사례입니다. 9남매 중 둘째 형님이 84세의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추석날 아침이었습니다. 요즘 코로나19사태로 아무도 방문 면회가 되질 않고 있던 차입니다. 자식들이 갈 수도 없고, 가 봐야 얼굴 볼 수가 없던 노인요양원의 정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형님께서 머물러 계시던 요양원엔 당시 추석 명절을 맞으면서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말이 있듯이 추석 명절날같이 좋은 날 무슨 특별한 일이 발생하진 않으리란 생각에서 안심하며 요양보호사가 아침 교대차 퇴근했고 당번 요양보호사가 그 자리에 채 오기도 전 그사이에 아무도 못 본 시각에 형님은 임종의 순간을 맞이하게 됐던 것입니다.
저승사자가 들이닥친 순간을 자식들은 말할 것 없이 형님을 사랑하며 좋아하시던 가족 자매 어느 한 사람도 운명하시는 마지막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기회가 주어지질 않았던 것입니다. 임종의 순간을 함께 할 수가 없는 시간이었고 불미스러운 유종의 공간이었던 겁니다.
좋은 세상이건 풍진세상이건 한평생을 살다 이승의 마지막 길을 이처럼 허무하고 공허하게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걸 예측하고 예비를 하질 못한 자식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우리는 일상에서 부닥치는 일반적인 사안엔 유종의 미를 생각합니다.
앞으론 한 차원 더 높여 인생살이 최후로 다가오는 종점에서의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는 유종의 미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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