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수필가/시인
박종민 수필가/시인

[중앙뉴스=박종민] 어느덧 7월이다. 세월 흐름이 참으로 덧없다. 시쳇말로 빛의 속도라 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라 싶은데 6개월이 후다닥 지나쳐 가버렸다. 어찌하다 보니 올해도 벌써 1년의 절반이 사라지고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어정거린다는 달이 돼버린 것이다.

예부터 음력 7월을 두고 어정칠월이라 했다. 어정어정하다가 보면 그만 지나쳐가는 달이라는 것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어정칠월이다. 하지만 우린 어정댈 필요가 없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19 괴질사태 속이다.

한가롭다 해서 어정댈 때가 아니다.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 자신과 가족과 나라와 사회를 위해 우리가 해나가야 할 기본적인 태도와 덕목이다.

누가 뭐래도 시간은 귀중하다.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 들이 아주 고귀한 자원이며 소중한 자산이다. 시간이 금이라 하지 않았나. 잠시라도 허투루 보낼 수가 없는 아까운 국면들이다. 촌음을 아끼며 슬기롭고 지혜롭게 살아가야 한다.

누구든지 자기 삶은 자기가 만들어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1년 365일 어느 날 어느 달 불문하고 자신에게 부닥쳐오는 시간의 가치를 알아서 거기에 적절하게 보람찬 순간을 엮어가야 한다. 어정칠월이라 하더라도 달리 볼 이유가 없다.

내게 다가온 7월을 농부가 밭갈이하듯 자분자분 곱게 갈고 다듬어가며 좋은 삶의 씨앗을 뿌려보자. 미래를 향해 다가올 가을을 향해 풍성한 결실을 소망하면서 매만지고 가꾸어 보자.

요즘 많은 이들이 살아가는 일상이 무료하고 무상하다고 말한다. 절기나 시기적인 감각으로 보면 음력 양력 구분할 겨를이 없게도 한다. 어정칠월이란 선입견 때문일까? 그렇다고 우왕좌왕하다 보면 방황하기 마련이다. 생체리듬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

일상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딱히 바쁘지도 한가하지도 않을뿐더러 어느 한 곳에 집중하여 유유자적할 수가 없다는 데에 원인이 있다. 내가 나를 봐도 왠지 모르게 심란한 가운데 그냥 어정거리기 일쑤다. 매사에 심신을 진득하게 바로 잡지 못하고 허둥대곤 한다.

심신이 이쯤 되면 아마도 자기가 처한 주변 여건에 대한 일종의 심리작용에 기인하는 것이리라. 계절과 시간은 여전히 똑같이 흐르고 있건만 사리 여부를 판별하고 판단하는 마음이 그렇게 종잡지 못하게 작동 하리리라 싶다.

기상과 기후의 변화가 몰고 오는 생태적 영향이라 하기보다는 불식 간에 하반기로 바뀌어버리게 된 느낌에서 오는 회오와 상실감의 현상이리라 싶다. 그냥 마음이 붕붕 떠 생활의 안주에 다소곳이 대처할 시간이 없이 그냥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는 건 지극히 정상적일 수 있다.

뭔지 모르게 허전한 가운데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초라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바 유독 7월에 들어서서 느끼는 소회가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국면을 어서 탈피해내야 한다. 어정어정하게 만드는 시공간의 망중유한(忙中有閑)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가져야 한다.

이런 자세와 각오를 가지는 것이야말로 자긍심을 높이며 쇠해감을 늦춰가는 슬기와 지혜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해의 절반이 속절없이 지나 가버렸으니 마음이 허허로울 수는 있다. 그러나 어쩌랴! 풍향에 따라 흘러가는 돛단배처럼 순응하며 세월의 흐름에 따라야 하는 수밖엔 없다.

지혜롭고 슬기롭게 대처하자. 더욱이 코로나사태에서 하루바삐 벗어나야 한다. 많은 인류가 죽음 앞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질병의 고충에서 한시바삐 벗어나려는 인류의 소망과 열망이 크면 클수록 정상적인 삶의 궤도로 되돌아오는 시간도 그만큼 앞당겨질 것이리라. 그냥 어정거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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