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의 포부, 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의미심장한 말, 시작은 다들 연동형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 정개특위의 속도감 있는 논의 방식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천신만고 끝에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분위기는 산뜻했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정개특위 첫 회의가 열렸다. 선거제도 개혁은 모든 문제에 앞서 논의돼야 할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 국정감사 일정 중임에도 정개특위가 개최됐다.
진보정당 소속인지라 3선임에도 국회 직책을 맡아본 적이 없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번에 정개특위 위원장이 됐고 “20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부여된 정개특위 위원장이라는 점이 내게는 숙명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개특위에 부여된 사명은 무엇보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5163만5256명의 국민들을 골고루 대변하는 민심 그대로의 국회를 만들어서 성숙한 대의 민주주의로 나갈 수 있는 초석 을 놓는 것”이라며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은 이미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구체적 방안과 쟁점도 추려져 있다. 압축적이고 효과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고 밝혀 속도감 있는 결론 도출을 강조했다.
이미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당론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일치한다. 결국 거대 양당의 입장이 중요한데 시작은 그런 분위기에 호응하는 기색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게 된 김종민 의원은 “12년 (영어교육을 받고) 마지막에 보는 것이 문법 시험이면 영어 회화하기 어렵다. 아이들한테 영어 회화 못 한다고 꾸짖는 것 보다도 영어 시험을 문법에서 회화 (위주)로 바꿔야 한다. 선거제도도 비슷하다. 정말 국민을 대표할 수 있고 의정 활동에 충실할 수 있는 그런 국회의원을 어떻게 뽑을 것이냐 그게 아마 비례성과 대표성의 원칙에 따른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이라고 역설했다.
문법 시험 위주라 12년 영어교육을 받고도 영어를 잘 하지 못 하는 것처럼, 승자독식 선거제도에서는 좋은 정치인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정치인이 나올 수 있도록 죽은 표(1등 당선자 외에 나머지 표는 모두 무의미한 현행 제도)를 없애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취지다.
자유한국당 간사를 맡은 정유섭 의원은 “선거제도나 선거연령은 어떤 것을 택하든지 장단점이 있다. 여야 간의 컨센서스를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섭단체 지위를 갖고 있지만 소수정당으로서 양당과는 달리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간절한 바른미래당의 김성식 의원(간사)은 “87년 6월항쟁 이후 우리는 총선을 8번 했고 대선을 7번 치렀다. 총선은 대체로 80% 안팎의 물갈이가 이뤄졌다. 그런데 우리 정치가 과연 요구되는 생산적 역할을 해왔나 스스로 반성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의 불신은 높다. (갈수록) 안보·평화·경제·사회 할 것 없이 한 정권 한 정당이 해결하기에는 너무 복합적이고 벅찬 과제들이다. 양당 중심의 정쟁 정치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정개특위는 바로 그 점을 해결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이 요구되는 자리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 국민은 1등만 당선되는 현실을 알고 있으니까 거대 양당에 번갈아가며 표를 몰아주고 그렇게 ‘모 아니면 도’로 상호 정권을 교환하는 정치 구조다 보니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정쟁 정치”일 수밖에 없다. 김성식 의원은 양당제가 아닌 다당제의 구조가 현대 사회의 여러 의제를 해결하기에 안성맞춤이고 그런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사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주요 쟁점은 학계·시민사회·정치권 가릴 것 없이 이미 상당히 정리돼 있다.
그렇게 쌓여온 담론적 기반을 통해 올해 안에 여야가 대타협할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데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속도를 냈으면 좋겠다. 늦게 출발한 만큼. 선택의 문제다. 충분히 토론했고 결정할 근거들이 있다. 당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적어도 정개특위는 반란을 꿈꿨으면 좋겠다. 정개특위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합의한다면 지도부를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벌써부터 연장해야 된다(정개특위 활동 시한은 12월31일까지)고 기사들이 나오던데 올해 안에 끝내서 합의하면 합의한대로 합의하지 못 하면 우리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된다고 국민께 죄송하다고 보고하는 게 도리가 아닌가 싶다. 태산명동서일필(크게 떠벌리기만 하고 실제 결과는 보잘 것 없음) 되지 않았으면 싶고 이번만큼은 속도감 있게 진행해서 반란을 꿈꾸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도 “비례성의 원칙은 헌정특위(전반기는 헌법개정 및 정개특위였음)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 했다. 정개특위에서 여러 논의가 있겠지만 비례성의 원칙을 꼭 관철할 수 있는 방향에서 선거제도 개편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런 선거제도가 만들어질때야 만이 진정한 지역주의 해소, 국민통합, 상생의 정치가 가능하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도 연동형이라는 큰 방향에서 “이번 특위는 반드시 좋은 결과물을 낼 것이라는 이런 느낌이 확 온다. 나 또한 국민들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선택이 전체 의석수와 결과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는 그런 합리적인 선거구제 개편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호응했다.
그러면 정개특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속도감을 내서 진행될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심 의원은 회의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내가) 법적 시한으로 보면 (2019년) 4월에 선거구획정을 해야하니까(2020년 총선 1년 전까지) 2월까지는 의결(합의된 선거제도 개혁안)을 해야한다는 말을 해왔었다. (정개특위가) 아주 압축적으로 진행되면 12월 말까지 매듭짓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심 의원이 설명하는 정개특위 진행의 방향성 및 주안점은 아래와 같다.
①299명 국회의원 개개인의 ‘견해’(바텁업)와 ‘당론’(탑다운) 투트랙 논의
➁이미 거론된 선거제도 안을 유형별로 압축
➂압축된 유형별 안을 위원장이 각 당 지도부에 직접 보고
➃정개특위 시한의 연장 가능성도 열려 있음
기존의 국회 논의 방식은 당론이 정해지면 여기에 소속 의원들이 따라가는 탑다운(위에서 아래로)이었다. 하지만 심 의원은 선거제도 논의의 특성상 모든 의원들이 처한 여건(비례대표·지역구)에 따라 ‘밥그릇 동상이몽’을 갖고 있으니 당론 확정이 어렵다는 점을 환기했고 그런만큼 전체 의원들의 목소리를 폭넓게 청취하면서 당 지도부의 입장을 수렴해가는 방식을 강조했다.
탑다운이 아닌 바텀업(아래로부터 위로)을 부각하는 이유다.
결국 모든 의원들이 다른 생각들을 가질 수밖에 없긴 한데 심 의원은 그걸 중구난방 식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이미 나와있는 여러 안을 유형별로 정리해서 논의하는 방식도 첨가했다.
심 의원이 의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간담회’와 각 당 지도부에게 브리핑하는 ‘자리’ 두 이벤트를 어떻게 세팅해 나갈지도 주목할 지점이다.
어쨌든 물리적 시간이 너무 없기 때문에 자꾸 활동 시한 연장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심 의원은 “후반기 원구성을 할 때 특위가 12월 말로 1차 시한이 정해졌지만 그때 원내대표들이 힘주어서 재차 확인한 것은 정개특위는 계속 연장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여러 협의가 있었다”며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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